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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꽃(목본)

미선나무 (20170318)

by 청계 1 2017. 3. 30.



미동산수목원에서 본 미선나무입니다.
앉은부채를 보러갔다가 들린 미동산수목원엔데
미선나무 분재 전시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꽃이 진 뒤에 맺는 씨가 선녀의 부채와 닮았다고 미선나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뜰에 가득 전시된 미선나무에 미색의 꽃이 탐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옛 역사극의 궁중 연회 장면을 보면 시녀 둘이 귓불을 맞붙여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부채를 해 가리개로 들고 있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이것의 이름이 바로 미선(尾扇)이다.
미선은 대나무를 얇게 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물들인 한지를 붙인 것으로 궁중의 가례나 의식에 사용되었다.
20세기 초 처음 미선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일 때, 열매 모양이 이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했다.
미선나무 열매는 꽃이 지고 처음 열릴 때는 파란색이지만, 익어 가면서 차츰 연분홍빛으로 변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갈색이 된다.
하나하나가 작고 귀여운 공주의 시녀들이 들고 있는 진짜 미선을 보는 것 같다.
미선나무는 20세기 초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자생식물을 조사할 때 처음 발견되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나무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같이 자라지만, 미선나무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란다.
물푸레나무과(科)는 비교적 자손이 많은 대종가다.
이들 중 미선나무속(屬)이란 가계 하나를 차지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다른 종(種)의 형제를 두지 못하고 대대로 달랑 외아들로 이어오고 있다.
종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미선나무처럼 속 전체가 세계 어느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만 자라는 경우는 흔치않다.
이런 점 때문에 관련 전공 학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 크나큰 관심을 갖게 된다.
미선나무는 1924년 미국의 아놀드 식물원에 보내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1934년에는 영국 큐(Kew) 식물원을 통하여 유럽에도 소개됐다.
미선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충북 괴산과 영동, 전북 부안 등 중남부지방에 한정된다.
이름이 알려지고 유명해져 사람들이 여기저기 심어도 기후나 땅을 별로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어느 지방에서만 자라는 까다로운 나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차츰 한반도의 구석으로 밀려나서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게 되었으니 적어도 대(代)가 끊길 염려는 없어졌다.
미선나무는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키는 1미터를 겨우 넘긴다.
정원수로 키운 나무를 보면 지름이 10여 센티미터에 키가 3미터에 이르기도 하지만, 자생지에서 자라는 미선나무는 손가락 굵기가 고작이다.
또한 포기를 이루고 떼거리로 모여 사는 경향이 있다.
매화, 목련, 생강나무 등 부지런한 봄꽃들의 향연이 거의 끝나갈 즈음, 깜박 늦잠에서 깨어난 듯 가느다랗고 엉성해 보이는 작은 갈색의 가지에 잎보다 먼저 꽃망울을 달기 시작한다.
꽃이나 잎 모양이 개나리를 너무 닮아 영어 이름이 아예 흰개나리라고 할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나 노랑꽃이 아니라 새하얀 꽃이 피며, 개나리와는 달리 크기도 작고 피는 시기도 더 빨라 분명히 다른 집안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여러 개의 꽃들이 작은 방망이처럼 이어서 달리고, 네 갈래의 기다란 꽃잎은 노란 꽃술을 스쳐가는 꽃샘바람이라도 막아주려는 듯 하얀 날개를 살짝 펼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정겹다.
이뿐만이 아니다.
따사로운 햇빛에 묻어나오는 은은한 향기는 봄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우리의 코끝을 스쳐갈 때 초봄의 상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얀 꽃으로 대표되는 미선나무 외에도 분홍빛을 띤 분홍미선, 맑고 연한 노란빛의 상아미선,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타나는 푸른미선 등
몇 가지 품종도 나무에 대한 신비스러움을 더하게 한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충북 괴산과 영동, 전북 부안 등의 집단 서식지 중에서 네 곳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니 파격적인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 나무의 세계 2  박상진 글














2017년 3월 18일 미동산수목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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